2009년 5월 16일 토요일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때문에 흔히 이글루스(회사명)를 '덕후루스'라고들 한다. 사실 '덕후루스'이기만 한 것이 아니고 '허세월드'와의 교차점도 가지고 있는데, 근 오년 전부터 유명해지기 시작했던 몇몇 블로그를 보면 재미있는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흔히들 된장녀라고 꼬투리잡을만한 소재를 착착 갖춘 블로그였다. 성에 대해 개방적이어서 딜도를 사용한 후기를 쓰기도 하고, 오늘은 남자친구와 무슨 체위로 관계를 했고 무슨 와인을 마셨고 이런 식이었다. 대개는 방에서 별 짓 않고 놀았다는 이야기지만, 이런 건 육회 바닥에 깔린 채썬 배로 쳐주자. 다만 이 블로그는 그 솔직함 덕에 비난보다는 호의적인 평가를 더 많이 받아왔다.

말했듯 그게 거의 오년 전이었는데, 얼마 전 그 블로그의 주인이 이름을 바꾼 것이 아닌가 할 만큼 똑같은 글을 올리는 블로그를 발견했다. 문체나 소재가 아주 유사했다. 이런 것도 새로이 등장한 하위문화일까? 돈만큼이나 성 경험을 일찍 시작하고 풍부하게 누리는 것도 질투의 대상이다. 통계를 조사하기는 어렵겠으나, 성 경험의 편중 역시 부만큼이나 불공평할 것이다. 무엇이든 풍족할수록 허영이 늘어가고, 부족할수록 질투가 커간다. 질투하는 자는 늘 비난하고, 풍족한 자는 부족한 자에 대해 생각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다. 미디어와 인터넷 덕에 빈자는 부자의 생활에 대해 알지만,(혹은 안다고 생각하지만) 부자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부자가 거지에게 관심을 준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기부는 먼 이야기고, 질투의 눈으로 바라본다고 해서 돈을 나누어주지는 않는다. 이런 비참함은 마이너한 미디어에 의해 감동 스토리나 유머로 승화되곤 하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젊은이는 없다. 그럴 만한 일이 아니다. 부도 성 경험도 세습될 뿐이다. 나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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