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스를 사용하다가 윈도우 3.1을 거쳐, 최근에야 비로소 비스타로 건너뛰었다. 개인 컴퓨터가 그간 없었다가 얼마 전 인텔 인스피론 노트북이 생겼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조립해본 적은 없고 딱히 프로그래밍을 공부하지도 않아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웬만큼 알고 있다.
관련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사용자로서 아쉬운 점 하나는, 관공서나 학교를 비롯하여 대중이 이용하는 각종 시설의 공용 컴퓨터가 엉망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생활에 깊이 침투한 데 비해 학교에서 가르치는 건 별 필요없는 지식 뿐이라는 점도 큰 몫을 한다. 우체국의 공용 컴퓨터에서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둘째치고, 과도한 액티브 엑스 이용이나 무분별한 프로그램 설치가 결국 컴퓨터를 망가뜨린다는 걸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대기 모드로 돌려놓으면 필요할 때 다시 금방 이용할 수 있고 컴퓨터의 수명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관리자도 이용자도 이런 것에 관심이 없다. 간단한 자동 설정만 하면 되는 문제인데도 말이다. 공용 컴퓨터의 성능이 저하되거나 수명이 줄어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이용자와 세금을 내는 국민이다.
어린아이도 컴퓨터를 이용하는 시대지만, 아는 게 게임 다운로드와 웹서핑 뿐이라면 컴퓨터를 잘 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중·고등학교에서 주 1시간 꼴로 있는 컴퓨터 교육 시간에 어느 정도의 유용한 지식을 가르친다면, 백신으로 위장한 엉터리 악성 프로그램이 관공서를 비롯 가정의 컴퓨터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작금의 사태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국의 인터넷과 컴퓨터 환경을 둘러싼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고, 대부분은 해결할 길이 보이지조차 않는 게 현실이기는 하다. 이런 글을 블로그에 써보았자 아는 사람만 읽고 넘어갈 뿐이다. 고려대의 김기창 교수가 액티브 엑스와 관련하여 제기한 '공익 소송'이 1심과 2심에서 패배하고 항소심에 들어갔던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