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3일 월요일

수미야, 너는 좋은 친구지만

해외봉사를 다녀온다든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진보'로 적어넣고 때로는 시위에도 참여하는 일과 예쁘게 한껏 치장한 프로필 사진을 쓰고 대중적인 문화 상품을 한껏 향유하며 최신 패션을 추구하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과연 자랑스러운 일인가. 이 질문조차도 바보스러운데, 개인의 자유라는 광대한 근거에 발을 디디고 한 치 의심조차 하지 않으며 다양한 선택지를 당연하게 여기는 친구는 가난이나 제한된 선택지라는 질문 자체를 진심으로 고려해본 적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자각을 가진 시민으로 여겨지고 싶어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우리는 도처에서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을 무덤까지 쫓는다 한들 신앙고백을 들을 수 있을 리가 없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대학살의 수족이 되었던 병사들이 누구 하나 손을 들고 일어서지 않는 것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고 보면 외모는 타고나며 계발 가능한 재능이라기보다 하나의 생산 수단인지도 모른다. 무언가 고민하는 척 하지만 가장 중요한 '누군가의 입장에 진심으로 서보는 것'을 해본 적도 없고 해볼 생각도 없는 이상, 그들은 최악의 인간 재해다. 그러나 이런 글을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자경 이상도 이하도 되지 못한다.

댓글 없음: